카테고리 없음 / / 2022. 10. 24. 21:46

득템력이 보여주는 새로운 소비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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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매장의 신상품 도착과 함께 어김없이 뉴스에 등장하는 것은 오픈 시간에 맞춰 길게 줄을 선 사람들입니다. 인기 모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일주일 동안 오픈런 줄을 섰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줄어들지 않았던 고가 상품 오픈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재테크 수단이 필요하거나 코로나 블루로 인한 보복 소비 등의 현상적인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원론적인 이유는 인간이 가지는 과시 욕구 때문일 것입니다. 헤겔에 의하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며 인정 욕구를 위해 투쟁도 일어나며 남보다 차별화됨을 인정받고자 과시의 욕구로 소비한다고 합니다.

소비자의 득템력

우리 사회의 새로운 구별짓기

신분제 시대에는 여러 나라 외국어를 배우거나 그들 사이의 에티켓과 같이 보이지 않는 교양 능력으로 자신들의 세습된 신분을 과시하였습니다. 신흥 부자들이 많아진 산업화 시대에 들어서는 아무나 살 수 없는 초고가의 사치품으로 재력을 과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재력만으로 소비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정판 상품의 정보를 공유하고 자신이 득템한 상품을 알리는 새로운 소비 시장, 득템력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명명한 '득템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희소한 제품을 구하는 데 성공한 소비자의 능력을 말합니다. 또한 모두에게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 상품을 알아보는 안목, 희소 상품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 경제적 능력,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정보력 등의 다양한 의미가 포함됩니다. 득템력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소비문화이며 동시에 과시 문화의 핵심이 됩니다.

전략이 필요한 소비자

새로운 상품을 득템하기 위해서 소비자는 전략적이어야 합니다. 사려는 사람보다 수량이 제한적인 상품을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가 상품의 오픈런처럼 새벽부터 줄 서기는 기본이고 하루 전날부터 줄을 서는 일도 빈번합니다. 래플이나 드로우로 한정품을 구매를 할 경우에는 강력한 행운이 필요합니다. 래플에 당첨되었다 하더라도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제품을 구입해야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 진정성이 필수 조건이 됩니다. 스타벅스는 행사 기간 동안 음료 구매 후 적립되는 '프리퀀시'를 일정량 모아야 행사에 참여할 자격을 준다고 합니다. 또한 잦은 방문과 함께 매장 직원들과 친분을 쌓아 두는 것도 소비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위해 보여줄 수 있는 진정성이고 득템을 위한 전략이 됩니다. 한정된 수량의 제품을 성공적으로 구매한 소비자는 성취감을 느끼며 자신의 SNS에 득템을 하는 과정에 대해 올리며 자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경쟁에서 이겼다는 자부심과 같은 특별한 기분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며 득템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동경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어렵게 득템한 상품은 비싸게 재판매되기도 합니다. 30만 원 정도의 나이키 운동화가 5%~200% 비싼 가격으로 되팔리는 등의 리셀은 소비자에게 하나의 재테크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기업의 한정판 마케팅

제품이 소비자의 득템 대상이 되는 것은 기업에게 매출의 기회가 됩니다. 따라서 여러 기업들이 이러한 트렌드를 기회로 다양한 온오프 한정판 전략 마케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은 상품이 제한적일 때 더 사고 싶은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방법으로 공급하는 제품의 수량, 판매 장소 및 기간을 한정하여 판매합니다. 최근 편의점에서 전례 없는 인기를 누렸던 포켓몬빵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한정된 수량을 온라인 무작위 추첨으로 구매 자격을 부여하는 래플(Raffle)과 여러 카드 중에 한 장을 뽑는다는 의미로 추첨을 통해 구매 자격을 주는 드로우(Draw), 한정상품을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드롭(Drop)이 있습니다. 이러한 마케팅 방식은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첨 시 구매 자격이 주어집니다. 따라서 돈이 있어도 운이 없으면 득템할 수 없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마케팅 방법들을 통해 기업은 한정 상품들로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권한을 부여하고 소비자는 지금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제품으로 인식하고 즉각적인 구매를 하게 됩니다.

생산과 소비의 중용

득템력은 현대 사회에서 소비와 과시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득템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할수록 기업은 기획력과 마케팅에 힘쓸 것입니다. 자사의 제품을 득템 대상이 되도록 화제성 있게 기획해야 하는 업무와 래플과 같이 한정된 수량으로 마케팅하는 것이 중요하게 됩니다. 그러나 기업과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득템력에 초점을 맞춘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먼저 기업 간의 경쟁, 소비자 간의 경쟁이 과열될 수 있습니다. 기획력과 마케팅에 초점을 둔 제품은 실제적인 기능보다 소비자의 심리적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더 과하게 포장될 우려가 있습니다. 필요한 상품에 대해 득템을 하는 것은 소비자 개인에게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고가의 한정품을 득템한 SNS 사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력감 혹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나만 빼고 다 가지고 있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조장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개인의 심리적 욕구를 위해 화제가 되는 신상품을 습관적으로 득템하는 행위는 탄소 중립적 소비를 지향하는 지구환경에 위협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소비 시장에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 중용적인 생산과 소비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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