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스펙트럼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중요시되는 것 중에 하나는 인간관계일 것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일상 속 만남이 과거의 관계를 맺는 방식이었다면 요즘은 인연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현대인들의 인간관계는 그 기준점이 다양합니다. 서로 교차하고, 다시 새로운 관계의 유형이 만들어지는 스펙트럼과 같습니다. 소통의 매체들이 발달되면서, 인간관계의 방식이 새롭게 변화하고, 인간관계의 본질마저 달라지고 있습니다. 목록의 의미를 가진 인덱스는 데이터를 정리할 때 이름, 크기, 속성 등을 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대인의 인간관계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인덱스를 붙이는 방식으로 관리되는 현상을 '인덱스 관계'라고 부릅니다(트렌드 코리아 2023). 각종 정보를 교류하고, 목적에 따라 인간관계가 확장되는 온라인상의 인간관계는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 머물면서 온라인의 관계는 대면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자적인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목적 관계와 랜덤 관계
인덱스 관계를 만드는 유형에는 목적을 가진 관계와 랜덤의 관계가 있습니다. 목적 관계는 확실한 목표가 있는 모임의 활동을 통해 인간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의 대학 동아리는 우정과 취미를 함께하는 활동이라기보다 스펙이 될 수 있는 활동, 창업과 같은 뚜렷한 목표의 학회 등으로 그 역할이 바뀌고 있습니다. 연애 활동에서도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보다 연애를 하려는 사람들끼리 만남을 추구하여 연애의 성공률을 높이는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팬데믹으로 만남의 기회가 적어지면서 결혼 정보 업체에 스스로 등록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인덱스 관계의 유형에는 타인과의 우연한 만남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랜덤 관계가 있습니다. 이 관계는 만남의 순간을 즐기는데 초점을 두어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바로 사라지는 특징을 가집니다. 아이폰의 '에어드롭'은 사용자가 아이폰의 에어드롭 기능을 설정하면 반경 9m 내의 익명의 다른 아이폰 사용자에게 공유하고 싶은 이미지나 영상을 보낼 수 있습니다. 1:1 랜덤 채팅 플랫폼인 '오메글'은 관심 단어를 입력하면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주는 기능을 통해 익명의 사람과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게 합니다.
'나' 중심의 소통과 관리
'친하다', '안 친하다'라는 구분으로 과거의 인간 관계를 분류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이분법적인 관계의 분류가 불가능합니다. 1년에 한 번 직접 만나는 관계보다 SNS에서 자주 소통하는 관계가 더 친한 관계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했던 '대면'은 이제 관계 유지를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입니다. 온라인상의 관계도 더 이상 대면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를 위한 소통의 도구로 활용됩니다. 온·오프의 관계가 서로 교차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온라인상에서도 친한 관계와 친하지 않은 관계가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SNS를 상대와의 관계에 따라 구분하여 사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10대들은 카카오톡은 조별과제를 이야기하거나 친구와의 진지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반면에 일상적인 이야기는 인스타그램의 DM(direct message)이나 페이스북을 사용합니다. 또한 그들은 필요 이상의 관계가 부담스러울 때에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을 통해 지인이 아닌 타인과의 소통을 하기도 합니다. 이는 젊은 세대들이 SNS의 종류에 따라 인덱스를 붙여 관계를 분류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복잡한 관계 스펙트럼 속에서 많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먼저 스트레스를 받는 불필요한 관계를 주기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상대에게 억지로 나를 맞추기보다 '나'중심의 인맥 다이어트로 관계 자체를 초기화하고 남은 관계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친분을 유지합니다. 친한 사람과는 메모장, 일정표, 투두메이트(to do mate) 등으로 서로의 일상을 챙기거나, 일기장 템플릿으로 서로의 일기장을 공유하거나, 선물하기 등을 통해 상대방의 특별한 날을 챙기기도 합니다. 인덱스 관계는 유동적이며 인덱스를 뗐다 붙였다 하며 관리해 나갑니다.
행복한 인간 관계
인간관계는 강한 연결과 약한 연결로 이루어집니다. 강한 연결은 소수의 사람들과 신뢰할 만한 친분을 유지하는 것이며 이는 개인의 행복에 큰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강한 연결뿐 아니라 약한 연결도 포함하는 인덱스 관계도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합니다. 생활환경이나 정보가 비슷할 수 있는 강한 연결의 관계보다 약한 연결의 인간관계에서 우리는 삶에 필요한 새로운 정보들을 많이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는 이사나 해외 거주 등으로 지역적 이동이 잦은 현대인들에게는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을 덜어주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에 인덱스 관계의 기능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실시간 야구 중계를 보면서 동시에 리모컨이나 스마트폰으로 채팅하며 타인들과 함께 관람하는 재미를 더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각기 다른 일로 바쁜 기업 내 구성원들은 획일적인 회의시간을 지키기 위해 중요한 일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업 메신저 서비스인 '슬랙'의 '클립스'를 통해 기업은 짧은 녹화 영상을 만들고 회사의 구성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성원들은 회의 영상을 보고, 보고 해야 하는 시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의 영향과 개인 중심적인 나노 사회로의 변화 속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방법이 변화하는 것은 아마도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인덱스 관계에서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한 인간관계이며 가장 중요한 바탕은 안전과 보안일 것입니다. 따라서 안정성에 대한 검정과 사용자 인증 제도를 강화하는 등의 보안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더불어 온라인상의 윤리적인 교육과 예절이 뒷받침되어 모두의 인간관계가 아름답기를 바랍니다.